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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촌년 10만원
[ 2008-01-22 10:23:36 ]
글쓴이  
이영호
조회수: 1381     추천: 361    
여자 홀몸으로 70평생을
힘든 농사일을 하며 00법원 판사 아들을 키워낸 노모는
밥을 한 끼 굶어도 배가 부른 것 같고 잠을 청하다가도 아들 생각에
가슴 뿌듯함과 오 유월 폭염의 힘든 농사일에도
흥겨운 콧노래가 나는 등 세상을 다 얻은 듯 해 남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이런 노모는 한 해 동안 지은 농사 걷이를 이고 지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한복판의
아들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제촉해 도착했으나
이날따라 아들만큼이나 귀하고 귀한 며느리가 집을 비우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법원 판사이기도 하지만 부잣집 딸을 며느리로 둔 덕택에
촌로의 눈에 신기하기만한 살림살이에 눈을 뗄 수 없어
집안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뜻밖의 물건을 보게 됐습니다.

그 물건은 바로 '가계부'였습니다.
부잣집 딸이라 가계부를 쓰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며느리가 쓰고 있는 가계부를 보고 감격을 해
그 안을 들여다보니 각종 세금이며 부식비, 의류비 등
촘촘히 써내려간 며느리의 살림살이에 또 한번 감격했습니다.

그런데 조목조목 나열한 지출 내용 가운데 어디에
썼는지 모를 '촌년10만원'이란 항목에 눈이 머물렀습니다.
무엇을 샀길래? 이렇게 쓰여 있나 궁금증이 생겼으나
1년 12달 한달도 빼놓지 않고 같은 날짜에 지출한 돈이
바로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용돈을
보내준 날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판사의 어머니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 아들 가족에게 줄려고
무거운 줄도 모르고 이고지고 간
참기름 짠것,  빛깔좋은 고춧가루, 정성담긴 토종꿀, 햅찹쌀 등 푸짐한 한해 걷이를
주섬주섬 다시 싸서 마치 죄인 된 기분으로 도망치듯
아들의 집을 나와 시골길에 올랐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한 기분과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통을 속으로 삭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금지옥엽 판사아들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어머니 왜 안 주무시고 그냥 가셨어요?”라는 효자아들의
말에는 빨리 귀향길에 오른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 배어 있었습니다.

노모는 가슴에 품었던 폭탄을 터트리듯
“아니 왜! 촌년이 거기 어디서 자-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아들은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며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노모는 “무슨 말, 나보고 묻지 말고 너의 방 책꽂이에
있는 공책한테 물어봐라 잘 알게다”며 수화기를
내팽개치듯 끊어 버렸습니다.
아들은 가계부를 펼쳐 보고 어머니의 역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내와 싸우자니 '판사 집에서 큰 소리 난다'
소문이 날꺼고 때리자니 폭력이라 판사의 양심에 안되고 그렇다고 이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으로
몇날 며칠을 무척이나 힘든 인내심이 요구 됐습니다.
그런 어느 날 바쁘단 핑계로 아내의 친정 나들이를 뒤로 미루던 남편이
'처갓집을 다녀오자'는 말에 아내는 신바람이나
선물 보따리며 온갖 채비를 다한 가운데
친정 나들이길 내내 입가에 즐거운 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남편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처가에 도착해 아내와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모두 집안으로 들여보내고 마당에 서 있자
장모가 “아니 우리 판사 사위 왜 안들어 오는가?”하며  나오자
사위가 한다는 말이 “촌년 아들이 왔습니다.” 라고 대꾸하자
그 자리에 장모는 돌 하루 방처럼 굳은 채 서 있었습니다.
판사 사위는 “촌년 아들이 감히 이런 부잣집에 들어 갈 수 있습니까”
라 말하고 차를 돌려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시어머니 촌년의 집에는 사돈 두 내외와 며느리가 납작 엎드려
'죽을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용서해 달라'며 빌었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난 다음달부터 '촌년 10만원'은 온데간데없고
'어머님 용돈 50만원'이란 항목이 며느리의 가계부에 자리했습니다.
이 아들을 보면서 지혜와 용기를 운운하기 보다는
역경대처 기술이 능한 인물이라 평하고 싶고
졸음이 찾아온 어설픈 일상에서 정신을 차리라고
끼 얻는 찬물과도 같은 청량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며느리의 허물을 묵인했다면 노모의 가슴에는
아픔을 품고 살아가야 했기에 용서는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용서하기 이전에 가르침에 대한 방법을 위해
인내를 할 수 있었던 아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으뜸이 되기 위해 온갖 야망으로 빛바랜 현실을
한쪽 눈만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올바르게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솟아나야 하겠습니다.
이웃 속에(in) 함께(with) 위해(for) 살아가는
우리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진실함이라 여겨지며
아들의 우아한 용서에 행복의 나무는 풍성할 것입니다.

**주 하나님 께서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생명이 길리라'
고 십계명을 통해 분명히 말쓸하시고 계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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